yourahong.com

hi my name is youra.
유라의 웹사이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contact(email me anytime)

Please leave me a message!
(If you want to hear from me, please write your email, or contact.)




Sign up for the newsletter!
(I won't bother u)

recently:
Was Here Dying Silently 조용히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기념비 with KJ and JM
Bamboo-Forest (대나무숲) is an online space to tell anything anonymously.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익명의 공간.
Park Closes at 11 PM an archive of the parks that I've visited...

alternatives of screentime (you should check it)
Magic 8 Ball This will give you wise answers.
21 Days with Areca Archive of the Areca experiment
Random Work Random work for your daily routine.
My Web Development Class Want to see my Web Dev Class Portfolio?
Password GeneratorThis reates a random 12-digit password for you.
What am I doing today? This shows what I am doing right now...

⌜읽고 가세요...read and go...⌟(beta)

취미(였던 것)   2024.04.01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내가 늘 꺼내는 대답은 기타 연습이다. (연주도 아니고 연습이다) 그럼 곧바로 밴드를 하냐는 물음이 따라온다. 그럼 나는 밴드보다 솔로가 더 좋다고, 밴드할 실력도 시간도 안된다고 답한다. (밴드를 할 실력과 시간은 언제 나오는가? 일렉 기타 연주도 일만 시간의 법칙에 적용될까?)

시카고에 가기 전에 배운 건 A 메이저, 마이너 즉흥 연주였다. 펜타토닉 스케일과 계이름으로 반주에 맞춰 말 그대로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다. 당근 마켓에서 만난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잘 가르치고 기타도 정말 잘 치는 기타 선생님은 반주에 맞춰서 즉흥연주 예시들을 보여주고 나보고 ‘자 이제 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럼 나는 더듬더듬 내가 아는 선에서 지판을 쳤다.

문제는 1년 가까이 연습해도 즉흥연주가 도무지 늘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도 답답했는지 몇 가지 기법을 알려주었으나 (예를 들면 도입부를 멋지게 시작하기 위한 슬라이딩 같은) 나는 일주일 동안 그걸 연습해서 선생님 앞에서 깔짝대는 수준에 그쳤다. 그렇게 연습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더듬더듬 따라 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즉흥연주를 못하지? 기타 가방을 메고 기타 선생님의 연습실을 나설 때면 하루도 빠짐없이 이 고민을 했다. 매일매일 연습도 했고, 지판도 다 외웠고, 재즈 아티스트의 명반들도 들었고, 메트로놈에 맞춰서 연습도 조금 했고… 대체 뭐가 부족했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못하는 건 당연했다. 기타를 산 지 3년, 제대로 친지는 1년 반도 안 된 내가 Am 지판 위치를 외웠다고 폴 잭슨 주니어처럼 칠 리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도 향상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기타를 너무너무 치고 싶었던 반 년의 그리움을 뒤로하고 (손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약 세 달째 기타 연습을 미루고 있다. 근데 한국에 왔을 땐 정말 손목이 아팠다. 버몬트의 킬링턴 리조트로 스키 여행을 갔을 때 슬로프에 펜스가 없어 대차게 넘어져 손목 통증이 더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간 펜더 텔레캐스터 대신 산 베이지색의 스콰이어 텔레캐스터는 책상 옆 기타 가방에서 숙성되고 있다. 나는 이 기타를 언제 다시 열어볼 수 있으려나? 예전에는 락스타가 꿈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기타에 대한 흥미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무래도 기타를 못 치는 나를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년 여름 실수로 기타 선생님한테 추가 입금한 5만 원을 예치금처럼 넣어두고 언젠가 다시 기타를 시작할 것을 결심하고 있다.(내년에 선생님이 군대 간다고 했으니까 그전에 빨리 배워야 한다.)

반대로 일 년간 직면하기를 미뤘던 나의 전공 공부에는 오히려 편하게 임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가 푸코와 라캉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창피했다. 나만 모르는 걸까? 왜 나는 모르지?(20살의 내가 모르는 건 당연한 건데도!

그리고 그땐 소위 yapping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이끌려 다녔다. (yap은 우리말로 개소리 같은 건데, 시카고의 룸메이트한테 배운 이후로 개소리보다 yapping이라고 하는 게 더 찰떡같이 느껴진다.) 이것저것 말을 얹고, 아는 척하고, 많은 경험을 해본 척했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학교 안팎의 사람들… 나도 그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에게 박학다식함, 경험 많음 등 능숙함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기를 당했던 것이다. 그들은 박학다식하지도 않았고 경험이 많지도 않았다. 오늘 빌려서 벌써 다 읽어가는 김괜저의 <연애와 술>(말들의흐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22살 마르코는 나보다 세 살 동생이었다. 대학생 때 만나고 실망했던 형들 자리에 내가 들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으로 나보다 이것저것에 대해 덜 알고 이런저런 경험이 적은 사람을 사귀게 된 것이었다. 마르코는 22살 때 내가 만났던 형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존경받는’ 유럽 영화감독과 ‘알아주는’ 뉴욕의 서드 웨이브 카페와, ‘깨어 있는’ 정치사회적 담론에 관해 가르쳐 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자기가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매주 가져왔고, 그것이 재밌는지 구린지 감별해 주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중략) 잠깐 어디에 살았다는 경험, 누군가에게 주워들었을 뿐인 견해, 철저하게 주입된 취향. 고작 그런 것들로 나보다 조금 어린 사람의 하트뿅뿅한 눈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에는 횡재처럼 느껴졌지만 금방 죄책감과 지루함이 밀려왔다. 뭘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싫었던 만큼 뭘 자꾸 가르치게 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김괜저, <연애와 술>

그때 나는 마르코였다. 그래서 나도 마르코를 만난 김괜저처럼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디자인과 친구가 ‘너희 과에서 라캉은 인식이 어때?’라고 물었을 때 나는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갖다 써서 질린다고 했다. 라캉의 철학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대충 답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라캉은 뭐.. 필독서도 아니고. 학부 때 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듣는 수업들은 1-2학년 수업과 달리 한 주에 영화를 두 편씩 보고 오라는 과제를 내주지 않아 과제로라도 많이 볼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와 전공 수업을 더욱 의연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게 3학년의 짬바인가?) 더 이상 내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고졸 주제에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더욱 겸손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마음, 왜 모르지 하고 자책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텍스트를 읽고 수업을 듣는 것에 예전보다 더 많은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친구가 말해주길, 지금은 은퇴한 우리 과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대학은 배움이 무수히 많이 스쳐가는 곳이므로 나의 중심이 단단히 잡혀 있어야 휩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 선생님을 나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와닿았다. 예전에 휩쓸리던 나는 이제 다시 단단해진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바로 영화 관람 횟수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어떻게 서울아트시네마를 주 3회 이상 갔는지 모르겠다. 주말에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때우고, 영화와 영화 사이에 인절미 마카롱과 이디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면서까지 영화를 많이 봤다. 그러나 그랬던 나는 이제 없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서울아트시네마는 너무 멀어졌다..) 지금은 그때만큼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를 아직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타과 수업에서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추락의 해부, 가여운 것들, 파묘, 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한 친구가 유라야 넌 이거 다 봤지? 했을 때 공교롭게 다 본 영화들이라 그렇다고 답했더니 역시 너는 영화를 많이 본다는 칭찬을 들었다. 추락의 해부와 파묘는 할아버지와, 가여운 것들은 뉴욕 안젤리카에서 지영이랑, 듄도 지영이랑 판교 아이맥스에서…

이야기가 어디까지 흘러가는 것일까. 아무튼 기타와 영화와 수업에 대해서 생각났다. 최근에 친구의 집에서 <매머드 머메이드 주주총회>라는 방문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분은 자신이 작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연극을 하시는 분이었다. 들으면서 내가 듣고 있는 모든 이야기가 가짜라면 어떡하지? 어떻게 일상의 이야기를 다른 것과 엮어서 맛깔나게 이야기할까?라는 의문점들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읽은 김괜저의 <연애와 술>에서(이름만 보면 양식 비스트로의 책장에 꽂힌 픽업 아티스트의 yapping이 담긴 책같은데 전혀 아니다) 뉴욕 유학 시절 재미있는 퀴어 연애 이야기들, 그리고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너무 상세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성찰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상과 삶을 가지고 코멘트와 함께 엮어 글을 쓰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실 이 글은 지하철에서 Paul Brown의 24/7을 듣다가 기타에 대해서 쓰기 시작하다가 최근에 느낀 것들을 주절주절 적었다.